박사, 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떠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이 말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미 내 마음은 여행 중.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낯선 지도의 위의 한 점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런 로망이 있었지!" 라면서 맞장구 치면서 나의 짧은 여행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낯선 잠자리의 로망'이 있던 Dresden에서 처음 마주친 내 침대. 너무 낮고 불편했지만, 어느샌가 나의 가장 푸근한 보금자리가 된 그 곳,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던 사람들과 밤을 보낸 뮌헨의 도미토리, 배낭을 꼭 껴안고 낯선 냄새에, 좁은 잠자리에 뒤척거리던 야간 기차의 침대칸. 시장을 쏘다니던 '쇼핑의 로망','벼룩시장의 로망', 무슨 뜻일까 골똘하게 만드는 프랑스어들, 체코어들 '이국 문자의 로망', 예쁜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고르고,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이야기를 쓰고, 우체국에가서 줄을 서고, "Hallo!" 라고 말하면서 엽서를 내밀고, 한국에 와서 친구 집에 있던 내 엽서를 보고 뿌듯해 하던 '여행 엽서의 로망'. 그 밖에 많은 로망들이 내가 지금까지 꿈꿔오고, 이뤄왔던 로망들이다. 여행의 좋아하는 두 저자, 그들의 여행과 내 여행이 만나 묘한 동감대를 이루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 꿈꿔보지 못한, 이뤄보지 못한 여행도 많이 있었다. 피곤하단 이유로 '나이트라이프의 로망'을 이뤄 본 적도 없고, '렌탄 바이크의 로망' 도 물론 이루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축제를 보고싶긴 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축제의 로망'도 이루지 못했다. 골목길이 두려워 '골목길의 로망'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판타지아 라인에서 보여 준 놀라운 상상력들. '가짜 여행일기의 로망' 이라던가 '시간 여행의 로망', '미스테리 호텔의 로망' 등은 아직 생각도 못 해본 로망 들이었다.

  그래서 더 두근거렸다. 떠나고 싶어졌다. 다시 한 번 여행자의 로망에 달콤하게 물들고 싶었다. 여행자의 유전자가 있다면 내안에선 분명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여행을 떠나지 않는 자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책의 첫 페이지 밖에 읽지 않은 사람이다." 라는 구절을 읽었다. 그들도 휴대용 지도에서 읽은 구절이지만 말이다. 그러면 나는, 몇 페이지 까지 읽었을까? 아마, 읽은 페이지 보다 읽어야 할 페이지가 많겠지.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나를 기다리는 곳이, 내가 기다리는 곳이 많다. 그러니까, 여행자의 로망은 계속된다.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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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ella★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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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nova612.egloos.com BlogIcon 메타몽 2006/06/07 10:33

    몇 가지 로망은 끼워맞추기식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꼭 이뤄보고 싶은 멋진 이야기들이예요.
    여행도 중독이라는 말을 들어서 걱정되긴 하지만,,
    로망리스트를 생각하면 포기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죠-_ㅜ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capella.egloos.com BlogIcon Capella 2006/06/09 23:22

    + 메타몽 님 - 맞아요 몇가지 로망은 좀 끼워맞추기 인것도 있었지만, 멋진 이야기 들이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어요 하하하;;; 여행을 포기 할순 없지만, 여행에 들어가는 것들이 시간도 물질적인것도 만만치 않으니까 그게 문제지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