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분홍색 반바지를 입고 달리고 있는 털 난 다리. 서점에 가면 많이 보이는 책이었다. 하지만 한국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늘 지나치곤 했었다. HEE 님의 추천을 받고서야 집어 들게 된 이 책. 사실대로 말하자면 절반을 읽고 놓아버리고 말았다. 뭐랄까, 묘하게 가슴이 아프고,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그 날 읽은 다른 어떤 책 들 보다 계속 생각이 났다. 결국 나는 이 책을 다시 집어들 수 밖에 없었다.
 
   <달려라, 아비> 는 단편집이다. 여러개의 단편 소설 들이 들어있지만, 통틀어 기억에 남는 두가지는 '아버지의 부재'와 '도시 속의 외로움' 이었다. 아마 내가 처음 이 책을 읽다가 기분이 나빠졌던 이유는 첫번째 이유인 '아버지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외로움을 잘 타는 나는 내 가족이건 친구이건 항상 그 자리에 있길 원한다. 그래서 하나라도 빠져 버린다면 마음이 너무 아플것 같다. 특히 아빠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런것 같다. 고개숙인 아버지, 라든가 하는 기사가 나오는 날에는 아빠 생각이 나고, 잘 해드려야 하지, 라고 생각만큼 그렇게 되지 못한다. 그래도 아빠는 항상 그자리에 있다. 그래야 한다. 그게 나의 욕심 이어도. 그래서 '아버지의 부재' 는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몰입되어 버려 내가 아버지를 빼앗긴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절대 몰입이었던 것을...
 
   '아버지의 부재' 보다 더욱 더 와닿는 것은 '도시속의 외로움' 이었다. 이 것은 특히 <나는 편의점에 간다>, <영원한 화자>, <노크하지 않는 집>은 그런 감정이 극명하게 나타나 있다. 매일 편의점에 가는 아가씨는 편의점 아줌마의 참견을 싫어하지만, 다른 편의점의 청년은 매일 물을 사고, 담배를 사는 자신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에 누구에게도 열쇠를 맡길수가 없어서 찾아갔을때 자신을 아냐고 설명하니 청년의 한마디 '물과 담배는 누구나 사는데요.'. 결국 그녀는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한다. 매일 누군가를 만나면서도 기억되지 못하는 도시 속의 슬픈 일상. (<나는 편의점에 간다>) <영원한 화자>에서는 지하철에서 동창인지 동창이 아닌지, 어쩄든 자신을 반가워 하면서 마구 이야기하는 한 여자를 보면서 생각한다. 동창들의 미니홈피는 잘 꾸며놓은 전시 같아서 가기 싫다고. 내가 미니홈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이유다. 모두가 자신을 전시해 놓고 있다. 나 잘 살고 있다고. 뻔한 가식의 인사를 남기고, 놀라운 환성을 지르지만 결국은 전시에 불과한건 아닌지 라는 내 생각을 읽고 있었다. <노크하지 않는 집>에서는 하숙을 살고 있지만, 옆방, 옆방,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 과는 정면으로 만난 적도 없고, 각자 자신들이 할 일만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다른 여자들의 방을 열어본다. 그곳에는 자신의 방과 똑같은 모습이 있었다. 서로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소통하지 않는다. 말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포스트잇만 붙는 그 곳. 도시 속의 지독한 외로움이다. 처음에 서울에 왔을 때, 지독하게 외로웠다. 함께 올라온 친구들도 없고,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은 아직은 낯설었다. 딱 그때의 내 마음이다. 도시속의 지독한 외로움. 아직도 한강 변의 불빛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의아해 했던 김애란이 주목받는 이유를 알 것같다. 그녀는 일상을 이야기로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매일 편의점에 가고, 지하철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고, 하숙집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사는 것은 일상이다. 하지만 그 일상이 그녀를 만나 그녀의 상상력을 타고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은 소설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몇몇의 작가의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첫만남에 불꽃이파파팍 튀기듯이 빠져들었다. 김애란은 그런 종류의 작가는 아니다. 그냥 물들어 버린거 같다. 그래서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그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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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ella★ 트랙백 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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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unjena.com/ BlogIcon Hee 2007/01/09 23:02

    이 책 결국 보셨군요 ^^
    역시 capella님과 독서취향이 비슷한가 봅니다..
    저도 capella님이 느꼈던 부분들을 느꼈거든요..
    저도 김애란을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7/01/11 00:02

      네, 더 지켜봐요. 김애란 님의 새책이 나오면 얼른 읽어보도록 해요 ^^ HEE 님과 독서 취향이 정말 비슷한거 같군요 ^^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poemen.com BlogIcon Yusio 2007/01/10 15:13

    와 이정도 쓰면 당선되는거군요!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