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5.27 기다림

2007/05/27 20:37 from : 하루하루
_ 지난 금요일, 동기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다녀온 후, 차에 핸드폰을 두고 내려버렸다. 그래서, 주말 내내 핸드폰 없이 살게되었다. 마침 집에 내려가게 되어서 월요일 까지 폰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평소에도 덤벙되서 가끔 폰을 놓고다니거나, 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큰 관계는 없지만, 유달리 약속이 많던 이번 주말에는 조금 신경이 쓰였다. 음,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

_ 대전에 내려간 김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는데 어려움에 부딪쳤다. 나도 폰이 없는데, 마침 휴가 나온 친구 동생이 폰을 가지고 가는 바람에 친구도 폰이 없게 된것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정확히 그 시간에 그 자리에 나타나야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것이다. 마치 핸드폰이 생기기 그 이전 처럼 말이다.

_ 1시 50분. 나는 버스가 일찍 도착하여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아직 그녀는 도착하지 않았다. 미리 도착한 덕에 혹시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르는 공중전화도 미리 찾아놓았다. 음, 평소 같으면 벌써 어디냐고 문자 보내고, 나 벌써 도착했으니까 빨리 문자보내고 있을 텐데, 오늘은 서로 핸드폰이 없으니 그냥 제시간에 오려니 하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핸드폰이 없으니까 참 불편하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핸드폰이 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늦으면 연락도 없이 기다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덕분에 조금 서둘러 나가는 여유. 그리고 짧지만 주변환경을 느낄 수 있었던 기다림의 시간을 얻을 수가 있었다. 핸드폰이 있었을 때는 잊고 있었던 것들이다.

_ 문명의 이기에 중독되 가면서, 우리는 점점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분명 편리한 물건들이기는 하지만, 그 편리함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아 간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핸드폰이 없는 덕에, 잊고 있었던 삶의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6.21 혼자 영화보기  (12) 2007/06/22
07.06.11 귀향  (6) 2007/06/11
07.05.27 기다림  (4) 2007/05/27
참 오랜만의 블로깅..  (12) 2007/05/19
07.05.04 공항  (10) 2007/05/05
Capella님의 미투데이 - 2007년 5월 1일  (0) 2007/05/02
Posted by Capella★ 트랙백 0 : 댓글 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he-devil.pe.kr BlogIcon she-devil 2007/05/30 12:29

    주중에 주말약속을 잡지 않으면 주말동안 전화기를 꺼두는 버릇이 있어요
    원래 전화하는것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아무방해없이 나만의 시간속에서 이런저런 생각하기에는 아주 굿이죵-
    다만- 다른 사람들이 연락이 안된다고 좀 불평을 하긴해요
    이제는 익숙해져서 주말에는 거의 연락이 안오기도 하구요 =ㅂ=);;;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7/06/11 21:59

      아~ 그렇군요. 하긴 핸드폰이 있으면 자기만의 시간에 방해가 되기도 하니까요. 때로는 전자 기기와 떨어져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unjena.com/ BlogIcon Hee 2007/06/02 16:58

    핸드폰이 없으면 불편하면서도 홀가분한 느낌이 있지요.
    정말 예전에는 늦으면 상대방이 기다릴까봐 조금 먼저 나가는 그런 것도 있었는데..
    요즘은 문자하나 전화한통이면 끝나니 뭔가 좀..
    빠듯해진 느낌이에요...
    음..전 집에선 어차피 K이동통신사때문에 집에서 핸드폰이 안 되는 상황이니;
    주말엔 편하답니다;
    다른 사람들이 불평을 하긴 하지만;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7/06/11 21:59

      그죠? 뭔가 빠듯해진 느낌 바로 그거예요. 여유가 없어진거같아요. 핸드폰이 없으면 역시 불편한건 다른 사람들이지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