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2007/09/13 13:10 from : 하루하루

일본 드라마나 애니를 보면 운명의 붉은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올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운명으로 엮여 있어서 그 둘 사이에 붉은 실로 이어져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붉은 실이 있다는 그런 이야기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그 사람이 꼭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인연의 실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해 보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가, 한 번 그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삶에 불쑥 불쑥 나타난다. 낯선 유럽 거리에서 학교 후배를 만나기도 하고, 초등학교 때 헤어진 친구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거나, 우연히 길을 물어보려고 창문을 열고 옆 차에게 물어봤는데, 그 차 주인이 후배였다거나, 어디서 누가 어떻게 살고 있다고 친구의 친구를 통해 듣거나, 회사 동기가 남자친구의 고등학교 친한 친구 였다거나 어쨌든 꼬이고 꼬인 운명의 실타래 속에서 문득 문득 삶에 등장해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마치 서프라이즈 이벤트 처럼.

 

지난 주였다. 스승의 날이면 종종 전화를 드리던 고등학교 때 은사님께서 모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진급하셨단 이야기를 들었다. 뉴스 검색을 해보니 지역 신문에 교육청 인사로 실렸더라. 그래서 축하 인사를 드리려고 전화를 하려 하는데, 그 선생님 옆에 또 다른 모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이름이 많이 들어본 익숙한 이름이 아닌가! 바로 나를 화학의 길로 인도해주신 중학교 과학 선생님 이셨다. 세상에. 이런 식으로 소식을 알게 되다니.

 

여중이었던 우리 중학교는 과학에 대한 관심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런 학교에서 새로오신 과학 선생님은 관심있는 아이들을 모아서 과학반을 만들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보기만 하던 실험을 해보기도 하고, SF 영화를 보기도 하고, 과학 관련 서적을 보기도 하고, 심화된 과학 내용들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책에도 안 나오는 어려운 내용을 공부해야 할 때는 공부하기 싫기도 했다.  딱히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교내 경시대회에서 순위에 밀려서 시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공부를 접어버렸던 것 같다. 그리고, 3학년 때인가, 선생님이 딴 곳으로 가시면서 그 작은 모임은 해체되고 말았다. 

 

그 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일은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가서 각종 대회에 나가고, 화학 공부만 좋아하다가 결국 대학도 화공과에 가게 된 것은 그 때 선생님이 화학을 가르쳐 주신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단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다.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것, 이라는 마음이 마음속에 있어서 그랬는지, 고등학교 생활에서 화학에 관련된 일은 지지않으려고 열심히 하였다.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어쩐지 어색하기도 하고, 날 기억할까 싶기도 하고, 딱히 연락 방법도 없어서 그냥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었다.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연락을 해보기로 하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그 선생님과의 인연이 내 삶에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날 기억하지 못하셔도, 감사하다는 인사 정도는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편지와 꽃을 보냈다. 감사하다고 써서.

 

얼마 후, 선생님꼐 전화가 왔다. 10년 만에 들어본 목소리 인데도, 한번에 알아 들을 수 있었고, 즐겁게 통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서 좋았다.

 

꼭 학교에 놀러 오라고 하신다. 다음에 대전에 내려가면 놀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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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ella★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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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elais.tistory.com BlogIcon elyu 2007/09/20 00:24

    아,사제지간이라는 아주 반가운 인연이네요^.^
    멋진 만남을 가질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7/09/23 13:42

      네 - 반가운 인연이예요 - 추석이 지나면 꼭 찾아뵈야겠어요- 기대되요 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