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집에 내려갔다. 이사 간 후 어머니는 집 꾸미기에 한창이셔서, 집의 모습은 갈때마다 바뀐다. 이번에는 새로운 책장이 들어섰다. 책장 안에는 어디있었는지 몰랐던 (아마 창고의 박스 안에 있었겠지) 내가 좋아하던 책들이 한가득 꽂혀있었다. 그리고 전공 책들도 ...
어제 밤 문득 잠이 안와 뒤척이다가 책장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생각났다. 책은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그건 책이 변한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라고. 이렇게 기억했던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라 저런 이야기고, 범인은 다른 사람이었다고. 문득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나는 본래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읽는다고 할까. 다 아는 이야기를 뭐하러 읽어, 라며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니, 제목은 기억나는데 내용은 기억 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블로그에 책을 읽은 느낌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책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 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적어도 그 느낌이라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남기기 시작 한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생각으로 책장 앞에서 서성이다가, 눈에 띄인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과 야마모토 후미오의 『블루 혹은 블루』였다. 이왕이면 좋아했던 기억이 선명한 책들로 다시 보고싶었고, 어느 정도 읽은 후 자고 싶었기 때문에 분량이 적은 책으로 택하였다. 베개를 세우고, 이불을 덮고 책을 꺼내들어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책 장을 열고,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다.
『키친』 은, 여러 번 읽었어서 그런지 큰 변화가 없었다. 주방을 좋아하던 한 소녀의 아픔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기억했는데 맞았다. 하지만 나의 기억엔 미카게와 유이치는 그냥 친구사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서로를 이해하며 쌓아온 연애 감정이 있었다. 그리고, 돈까스 덮밥이 먹고 싶어졌다. '키친'은 세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역시나 가장 좋았던 것은 '달빛 그림자' 였다. 전에 포스트를 찾아보니까, 2년전에도 '달빛 그림자'가 가장 좋았다고 써놓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그 신비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남겨진 사람들이 견뎌야 하는 그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블루 혹은 블루』는 역시 좋았다. 도플 갱어에 관한 이야기 인데, 불륜을 하고, 현재의 삶에 지친 '소코'가 우연히 후쿠오카에서 옛 남자친구와 결혼해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소코'를 만나는 이야기 이다. 공포 스럽기도 하고, 연애 소설 같기도 한 그런 느낌. 기억했던 대로,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야기에 어느새 끝을 보고야 말았다. 옛날에 기억했던 내용으로는 하나의 '소코'가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언제 죽을까, 궁금해 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둘 다 살아남았다. 놀랐던 것은 또 하나의 '소코'가 임신으로 인해 도플 갱어의 '그림자' 에서 '본체'로 바뀌는 장면. 원래 '소코'는 '본체' 였다는 자신감과 자존심에서 '그림자'가 되버리는, 주연에서 조연으로 떨어지는 그 장면의 상실감이 크게 다가왔다는 것. 옛날엔 어딘가의 나의 도플갱어도 있지 않을까, 무서워 하면서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냥 재미있게 읽어 버렸다.
같은 책, 다른 느낌. 오랜만에 다시 책을 읽는 다는건 이런 느낌이구나. 큰 변화는 느끼지 못했지만, 내 기억과 조금씩 다른 이야기 라는 것, 다른 느낌 이라는 것 알게 되었다. 다음에, 또 집에가면 다른 책을 꺼내서 읽어봐야겠다. 내가 기억하던 이야기가 어떤지, 내가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어떤지, 다시 느껴보고 싶다.
어제 밤 문득 잠이 안와 뒤척이다가 책장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생각났다. 책은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그건 책이 변한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라고. 이렇게 기억했던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라 저런 이야기고, 범인은 다른 사람이었다고. 문득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나는 본래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읽는다고 할까. 다 아는 이야기를 뭐하러 읽어, 라며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니, 제목은 기억나는데 내용은 기억 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블로그에 책을 읽은 느낌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책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 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적어도 그 느낌이라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남기기 시작 한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생각으로 책장 앞에서 서성이다가, 눈에 띄인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과 야마모토 후미오의 『블루 혹은 블루』였다. 이왕이면 좋아했던 기억이 선명한 책들로 다시 보고싶었고, 어느 정도 읽은 후 자고 싶었기 때문에 분량이 적은 책으로 택하였다. 베개를 세우고, 이불을 덮고 책을 꺼내들어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책 장을 열고,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다.
『키친』 은, 여러 번 읽었어서 그런지 큰 변화가 없었다. 주방을 좋아하던 한 소녀의 아픔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기억했는데 맞았다. 하지만 나의 기억엔 미카게와 유이치는 그냥 친구사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서로를 이해하며 쌓아온 연애 감정이 있었다. 그리고, 돈까스 덮밥이 먹고 싶어졌다. '키친'은 세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역시나 가장 좋았던 것은 '달빛 그림자' 였다. 전에 포스트를 찾아보니까, 2년전에도 '달빛 그림자'가 가장 좋았다고 써놓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그 신비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남겨진 사람들이 견뎌야 하는 그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블루 혹은 블루』는 역시 좋았다. 도플 갱어에 관한 이야기 인데, 불륜을 하고, 현재의 삶에 지친 '소코'가 우연히 후쿠오카에서 옛 남자친구와 결혼해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소코'를 만나는 이야기 이다. 공포 스럽기도 하고, 연애 소설 같기도 한 그런 느낌. 기억했던 대로,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야기에 어느새 끝을 보고야 말았다. 옛날에 기억했던 내용으로는 하나의 '소코'가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언제 죽을까, 궁금해 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둘 다 살아남았다. 놀랐던 것은 또 하나의 '소코'가 임신으로 인해 도플 갱어의 '그림자' 에서 '본체'로 바뀌는 장면. 원래 '소코'는 '본체' 였다는 자신감과 자존심에서 '그림자'가 되버리는, 주연에서 조연으로 떨어지는 그 장면의 상실감이 크게 다가왔다는 것. 옛날엔 어딘가의 나의 도플갱어도 있지 않을까, 무서워 하면서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냥 재미있게 읽어 버렸다.
같은 책, 다른 느낌. 오랜만에 다시 책을 읽는 다는건 이런 느낌이구나. 큰 변화는 느끼지 못했지만, 내 기억과 조금씩 다른 이야기 라는 것, 다른 느낌 이라는 것 알게 되었다. 다음에, 또 집에가면 다른 책을 꺼내서 읽어봐야겠다. 내가 기억하던 이야기가 어떤지, 내가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어떤지, 다시 느껴보고 싶다.
':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Merry Merry Christmas★ (22) | 2007/12/25 |
|---|---|
| 우리집의 인형들 .. (16) | 2007/12/23 |
| 같은 책, 다른 느낌 ... (6) | 2007/12/23 |
| 07.12.14 배너 (14) | 2007/12/14 |
| 07.12.10 보이스 피싱사기 (14) | 2007/12/10 |
| 07.12.08 크리스마스 카드.. (10) | 2007/12/08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저는 좋아하는 책은 자주 보는 편이예요. 그 중에서 제일 자주 보는 책이 '데미안'. 또 읽고 읽어도 느낌이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뭐랄까, 주위에 뭐가 있고 뭘 경험했느냐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달라서 신기해하면서 보고있어요. 또 이상하게 자기계발서인 '선물'도 참 처음 읽을 때와 그 기분이 달라서 묘하기도 했었구요.
오 그러시군요! 그런것같아요. 책을 보는 관점이, 자기의 경험이나 그런거에 달라 달라지는거 같아요. '데미안' 전에 읽다 만 것 같은데 ..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자기계발서는 읽을 떄마다 자기 자신을 다시 다독 거리고, 열심히 해야지! 라는 느낌을 주는것 같아요. '선물' 감동적으로 읽고, 선물도 막 해주고 그랬는데, 막상 저는 안가지고 있네요 ;;
키친은 읽었었는데 기억이 안 나고, 블루 혹은 블루는 아직 못 읽어 봤네요. ^^;
요 글을 읽고 나서는 두권 다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저한테는 또 다른 내용으로 다가 오겠죠?? 읽어보고 알려드릴께요~ ^-^
네~ 읽어보고 알려주세요 ^-^
냉정과 열정사이 그리고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책을 자주 뒤적입니다
아마 적어도 다섯번 이상씩은 읽었다는-
같은 책이지만 읽을때마다 관점이 초점이 바뀌어
다른 느낌을 가져오곤 해요 ^_^
오~ 냉정과 열정사이는 두번 읽었어요. 한번은 한편씩 읽고, 한번은 한 챕터씩 번갈아가면서 읽었어요. 두번째 읽었을 때가 느낌이 더 좋았어요. 묘하게 연결되는 느낌? 우리는 사랑일까는 아직 못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