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내 친구는 나의 장래 희망을 보고 내가 조금 모자라거나, 혹은 정말 똑똑한 녀석일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실 뒷 벽에 붙어있던 내 장래희망은 "과학자" 였다. 그리고 그 밑에 무려 노벨상을 타겠다고 써놨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지' 싶지만, 그때는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신물질을 개발하여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과학을 잘해서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지, 과학자가 되고싶어서 과학을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과학 성적은 꽤나 괜찮았고, 특히 화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고3 때, 수시 원서를 앞에 두고 고민 한 것은 '화학부'를 갈 것인가 '응용화학부' 를 갈 것인가 뿐이었다. 대학을 가는게 목적인 고3이, 자연과학과 공학의 차이를 자세히 알리도 없고, 13명 뽑는 화학부 보다 30명을 뽑는 응용화학부가 왠지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지원한 응용화학부에 다행히 붙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
처음 서울에, 그리고 대학에 왔을 때, 걱정을 많이 했었다. 좋다고 와본 대학에선 전국에서 모인 수재들이랄까, 과학고 출신에 경시대회 출신에 나보다 더 화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들이 가득 있었다. 거기에 수학에, 영어에. 하지만 어떻게 잘 버텨가서 2학년 1학기 까지는 근근히 잘 따라 가는 학생이었는데, 본격적으로 전공에 들어선 2학년 2학기 부터는 학점이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도도 시작되었다. 툭하면 경영대 전공 넣어서 경영대 가서 수업듣고 외부활동하고 연애하고 말이다. 다행히 가끔 잘하는 전공도 있었고, 경영대 전공의 몇과목은 전공으로 인정되어서 딱 취직할만큼의 학점으로, 딱 중간의 등수로 졸업해버렸다.
대학에 와서 알았는데, 나는 실험하는게 정말 싫었다. 고등학교 때 꿈이었다는 '과학자'는 멀고도 험한 일이 되버린것이다. 툭하면 실험 기구 깨고, (그래서 태도점수 0점 나온 실험 과목도 있었다.) 실험 걸어놓고 기다리는 것도 싫고, 실험 실패하면 똑같은거 다시 하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실험해서 나온 결과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실험이 없는 것을 하다가 유일하게 실험 없는 공정 설계를 다른 것 보다 좀 열심히 했었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회사에 취직했다. 그래도 취직할 때 꿈꾸던 것은 연구 보다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쪽 이었는데, 갑자기 연구소로 보내버리더라. 얼떨결에 연구(?)를 빙자한 이러 저러한 일을 하다보니 1년. 신입사원 이란 이름으로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다음 주 금요일. 회사를 그만둔다. 또 다른 꿈을 찾기 위해서.
그만 둔다고 이야기 하면서 "세계 여행을 하려고요 ^-^" 라고 말하는 것을 꿈꿨지만, 현실은 "대학원에 진학 하려고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이다. 3월부터 나는 대학원 생이다.
유난히 뜸했던 작년 하반기의 블로그 생활 사이에 많은 일들과 고민과 생각들이 있었는데, 결론은 '공부를 더 하자.' 였다. 그리고 이왕이면 '하고싶은 공부를 하자.' 였다. 그래서 택한 것이 '과학사' 이다. 음, 원래 부터 관심이 있긴 했지만, 전공 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관심 있는 분야는 '과학사회학' 이런 분야 인데, 석사 과정에서는 '과학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전공은 '과학사' 이다. 그래서 3월에는 학교로 돌아간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 여고생은 이제 과학 그 자체가 무엇인지 연구하게 되었다.
발표가 난건 12월 이지만, 그동안 이런 저런 고민도, 회사 안밖, 집안 안밖 심난해서 정신 없었다. 이제 개강을 2주 앞두고, 퇴사를 1주 앞두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또 다시 걱정이 밀려온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기억할 것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 열심히 하자, 또 다른 꿈을 향해.
1. 다음 주 금요일, 회사를 그만 둡니다.
2. 그리고 3월부턴 대학원생 입니다. 전공은 '과학사'.
3. 그래서 앞으로 생활도, 생각도, 블로그 내용도 좀 달라지게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인생의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였습니다. 열심히 할래요. 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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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축하드려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축하드려요. 그릭 새 출발을 하시게 된 것도 많이 축하드려요.
과학사를 전공으로 하신다고 하니, 저도 많이 기대가 되요.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 중에서 과학사를 전공으로 하신 분이 계셨는데 제가 (겉으로는 안 그랬지만) 속으로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게다가 그 과학자하면 특유의 스타일이 생각나는데, 딱 그런 스타일을 가진 분이셨어요. capella님 덕에 좋은 기억 하나 떠올리네요.
갑작스럽게 변화를 가지시게 되니, 많이 긴장도 하시고 그러실 것 같네요. 달콤한 코코아 한 잔 하시면서 긴장 풀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사실 학부때 그쪽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많이 걱정도 되지만 열심히 할꺼예요 ~ 요즘 이사도 해야하고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코코아라도 한잔 하면서 긴장 풀어야 겠어요~
우아... 쉽지 않은 결정이라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던.. 현실에 안주 하려 하는데 capella님은 용기가.. 대단하다 생각되요..!!
그 어느일 보다 힘든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 할께요..^^ 화이팅~
고마워요~ 모두들 응원해 주셔서 힘이나요! 열심히 할께요!
쉽지 않은 결정을 잘 해내신것 같아요. 전 졸업후 이런저런 일들로 취업을 남들보다 늦게 했지만, 급하게 하다가 제 자신을 잃어버리고 다시 나와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요. 꿈을 잘 기억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고, 꿈을 향해 꾸준히 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옆에서 응원할께요!
아, 그러셨군요. 누구나 고민을 많이 하는거 같아요. 고마워요~ 열심히할께요~ parc님도 화이팅!
축하드려요 ^^
고마워요~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선택을 내리셨군요.
저는 뭔가 대단한 공부를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체력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답니다.
부디 늘 건강에 유의하시고 처음의 그 마음을 간직하신다면
꿈을 이룬 기념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다는 포스트를 작성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이팅 ~
정말 인생의 전환점인거같아요. 나중에 되돌아봤을떄, 아 그때 그러길 잘했어 - 라고 하길 바래요~
오~ 꿈을 이룬 기념으로 산티아고 ㅋㅋ 산티아고 빨리 가고 싶은데 꿈을 그렇게 빨리 이룰 수 있을까요?
달빛 그림자님도 하시는 공부, 잘 되시길 바래요 화이팅!
축하드려요. 와와- 화이팅이요!
잘 된다, 잘 될 거다, 마음의 부적을 외우면 정말 잘 되버릴 것 같은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그 행복한 순간의 느낌이 좋아요. capella님은 분명 꿈을 이루실 거예요. 멋져 보여요. ^^
고마워요~ 다 잘될것같아요 ^_^
열심히하겠습니다!
아,중요한 결정을 하셨군요.분명 잘 되실겁니다^-^저도 요즘 이것저것 고민중인데,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시는 capella님이 넘 멋져보이네요:D멋진 대학원생이 되시길!!
꿈을 가지고 직장에 들어온 많은 사람들이, 6개월~1년 사이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거 같아요. 주변을 봐도 그렇구요 ~ elyu님도 고민끝에 멋진 결론이나길 바래요.
학교에서 볼수도 있겠네요...=)
학교에서 언제 밥이라도 한번 같이 먹어요...=)
( 아...제가 그래도 선배니 밥은 사드려야... )
오~ 선배님 +_+ ㅋㅋ 학교에서 뵈요~
꿈이란 건 어찌 보면 정언명령 같은 것.. 혹은 등대 같은 것... 그렇게 정해놓고 그 빛만 따라서 하루 하루 배몰이 하듯 살아가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참 편리해.. 그냥 쭈욱~ 쫓아 가면 되니까. 반면에 그러한 등대가 없다면.. 망망한 바다에 떠있는 배가 갈팡질팡 어딜로 가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나 저렇게나 뒤척이는 건지도..(그래서 하고싶은 것을 찾으면 40이 되어도 이르다고 한 것이 망망한 바다에서 그나마 육지의 등대를 찾는 시간이 오래걸려서 일까?)
여튼... 그래서 그러한 등대의 불빛이 아름다울 수록.. 매혹적일 수록 하루 하루의 삶에 대해서 충실하고 자신을 가꾸는데 노력하는 힘이 커지지 않을까? 에 또..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불나방도 있고 에 또.. 달의 바다에서 읽은 내용도 있고... 참으로 많군하~ anyway, 학교나 같이 다니자꾸나~~~~ ㅋㅋㅋㅋ ^-^
그렇지. 근데 잘 가다가 등대가 갑자기 없어지면 참 난감할꺼야 말이야. 열심히 살아야지. 새로운 내가 될꺼야 ㅋㅋㅋ
쉽지 않은 결정을 하신거 같아요..+_+
전 회사 다니다가 그만두고 공부하시는 분들..항상 존경스럽거든요..
모쪼록 가지신 꿈이 잘 이뤄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과학사..흥미로운데요?? ^^
네 -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