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대한 로망

2008/06/19 20:16 from : 하루하루
 요즘 도서관만 가면 딴짓해서 큰일이다. 마치 대형 할인마트에 온것 처럼 눈이 휘둥그래져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특별히 슈퍼에 가는것 처럼 빌려야할 책 목록을 적어갔지만, 막상 도서관에 갔을 땐 다른 종이를 가져온 것을 알았다. 그래서 결국 또 이 책 저 책 찾아 헤매면서 딴 짓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건축사'가 있는 책장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어제 중세 철학사를 보려고 <사진과 그림으로보는 철학의 역사>를 보다가 재미있길래 <사진과 그림으로보는 케임브리지 프랑스사>와 <사진과 그림으로보는 건축의 역사>도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서 일단 그림만. 특히 <건축의 역사>는 각종 감탄사를 연발하며 보다가 필받아서 건축사 책장 앞에가서 이것 저것 뽑아 보기 시작했다.

 건축물을 좋아한다. 특히 현대 건축을. 물론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유산들도 좋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함께 숨쉬고 만들어져가는 현대 건축물을 좋아한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무게의 두근거림을 안도 다다오의 오모테산도 힐즈 앞에서, 노만 포스터의 독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느꼈다. 런던에 가서도 웨스트민스트 사원이며 세인트 폴 성당이 보고 싶지만, 밀레니엄 브릿지나 테이트 모던, 그리고 새로 지어진 영국 시청이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현대 건축에 대한 사랑이다. 학부 동기 친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 하기를 "화공과에 온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나에게 만약 공대 광역화 처럼 넓은 선택의 폭이 있었다면 난 아마 건축과를 갔을꺼야." 라고 말한다. 하지만 왠지 거기에 있어도 여기보다 더 심한 '천재성'의 문제에 부딪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의 그 고통을 알기에 그냥 보는 것으로 즐기는 것으로 만족한다. 인간의 상상력을 창의성을 웅장하게, 큰 스케일로 펼칠 수 있는 그들을 존경하면서, 공학과 미학이 살아있는 건축물을 보면 나는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잊고 있었던 그 건축에의 로망을 오늘 해지는 도서관 구석에서 느꼈다.

 그러다 문득 반가운 건축물을 발견했다. 필립 조디디오 편집의 <오늘의 건축가들>이란 책에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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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그대로 오늘날의 (주요) 건축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 책인데, COOP HIMMELB(L)AU의 볼프 프릭스(Wolf Prix)와 헬무트 스비친스키(Helmut Swiczinsky)의 페이지이다. 여기가 어디냐면 독일 드레스덴의 UFA시네마 센터 이다. 딱 3년전인 2005년 7월에 나는 저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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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UFA 영화관 2005.08.09


  저 영화관에서 트램 노선을 따라 두정거장 걸리는 드레스덴 공과대학에서 여름 어학 코스를 다니고 있었으니까. 동독의 고전적인 건축물이 많은 도시에 저 영화관은 특이하고 쌩뚱맞았다. 매번 가보고 싶었지만, 독일어의 압박과, 먼저 다녀온 언니들의 "독일 날라리들이 뒤에서 뭐라한다" 라는 말에 무서워서 가지 못했다. 하지만 드레스덴을 떠나기 몇일 전에 결국 저녁에 가서 <미스&미세스 스미스>를 보았다. (당시의 포스팅 : 독일의 영화관 입니다.) 동네 영화관 주제에 참 멋있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유명 작가의 작품이었구나. 한국에서 드레스덴에 대한 정보나 이야기를 만나기 어려운데 너무 반가웠다.

 책에 써있는 작가들의 말이 멋있다. "이 건물은 비디오 클립처럼 디자인 되어 있으며 중앙을 향한 관점을 제거하려고 한 것이다." 영화관을 비디오 클립처럼 짓다니! 이 엄청난 상상력!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란 그 생각이 난다.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책에는 이 곳 말고도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의 독일 국회의사당이나, 히로시 하라(Hiroshi Hara)의 JR 교토역 등이 있어, 여행 중 멋있다고 생각했던 그 건물들이 그들의 작품이었음을 새삼스럽게 알게 해 주었다. 책을 보면 볼 수록 여행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그것도 현대 건축 기행. 역사의 유물들을 내 눈으로 보고싶다는 마음만큼이나 미래로 가는 현대의 유산들을 보고싶다는 욕구가 있다. 다음 여행에서는 멋진 건축물을 만나도 놀라지 않도록 공부를 미리 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영국 가지 전에 런던 건축 한번 훑어보고 가련다.)

 COOP HIMMELB(L)AU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역시 건축 사무소의 홈페이지는 남달라;; UFA 사진 내가 찍은것과 비슷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찾았다. 아, 저 앞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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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메인에서 Busan Cinema Complex 라고 있어서 깜짝 놀라서 보니까 In Planning. 찾아보니까 부산 국제 영화제 전용 관으로 공모한 작품 중에 선정된것 이란다. 멋지다. 계획 상은 2011 이라는데 완성되면 꼭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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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외국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도, 서울에도, 우리 주변에도 멋진 건축물들이 많다. 매일 지나가는 학교 미술관이 유명한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설계 한 것이란걸 알았을 때도 깜짝 놀랐고, (가끔 왜 저렇게 지었나 라는 생각도;;;) 오늘 본 책에도 가나 아트센터가 장 미셸 빌모트(Jean Michel Wilmotte)의 대표작 중 하나로 나왔다. 그리고 외국 건축가만 아니더라도 근현대사 배우고 접한 건축물들도 멋진게 참 많았다. 사진 찍어놓은 것들이 좀 있는데, 정리를 안해서 ;;;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소개해 봐야지.

 어쨌든 오랜만에 드레스덴에 대한 그리움과 멋진 건축물들 구경으로 즐거웠다. 이제 다시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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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ww.ezina.co.kr BlogIcon ezina 2008/06/20 00:51

    ㅎㅎㅎ 로망은 로망으로 남겨두는게 쵝오라는걸 건축과 와서 뼈저리게 느꼈다지요ㅜㅜ
    그나저나 Coop Himmelblau의 저 건물을 직접 보셨다니 너무 부러운걸요!!
    전 독일까지 가서 뻘짓만 하다 못 보고 왔다는;; 저 부산 국제 영화제 건물 과연 어떻게 지어질지 기대중입니다 ㅎㅎ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06/21 14:58

      하핫 ezina님 전공이 건축이시죠! 우와~ 사실 ezina님 사진들 보면서 (특히 여행사진) 뭔가 멋있다고 느꼈는데, 사진 기술 뿐만 아니라 구도나 공간적 감각이나 그런 거요 - 그때 어떤 인터뷰 인가? 에서 건축학도라는 사실을 보고 역시나!! 라고 생각했어요 ;; 저 부산 영화제 건물은 저도 어떻게 지어질지 기대되요!!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hower0420.tistory.com BlogIcon 소나기 2008/06/20 01:00

    와 엄청 멋진데요.^^
    정말 상식을 깨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는게 건축인 것 같습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06/21 14:59

      네 정말 머리속으로만 생각하는 신기한 건물들을 구현해내는게 너무 멋진거 같아요!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rey-chic.tistory.com BlogIcon 필그레이 2008/06/20 01:55

    아~이런 포스팅 넘 좋습니다.+_+ 제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조금은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 벅찬 느낌...흐흐.건축물에 관심이 많이 가진 않지만 차근차근 재미나게 카펠라님 글 따라 읽다보니...언새 저도 이 책이 궁금해졌어요.-_-;;; 무엇보다 독일을 요즘 너무 가고싶었는데 염장이예요.흑.ㅜㅠ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06/21 15:00

      하핫 건축책은 주로 그림이 많은 걸로만 골라서 봤어요; 논문읽고있어서 텍스트가 지겨워져서 눈요기가 필요했어요 ㅋㅋ 오! 독일 좋아요 >.<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어요!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hinphic.tistory.com BlogIcon Hello-shin 2008/06/20 06:48

    저도 건축설계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어릴때부터 건축서적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었는데, 웅장하면서도 섬세하고 또 정교하고,
    아름다우면서 사람들의 생활속의 편의와 편안함또한 잊지 않은 이 복합적인 예술에 항상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작 제가 하려니까는 저도 천재성과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될때의 그 고통을 뛰어넘을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했지만요.ㅎㅎ
    부산 국제 영화제 전용관은 앞으로 기억해 두었다가 꼭 가보고 싶네요 =

    답글달아주셔서 링크타고 왔는데, 제가 본 첫 포스트부터 공감이 되고 반갑네요 자주 놀러올께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06/21 15:02

      반가워요 :) 저도 hello-shin님 포스트 재미있게 읽었는데 ^^ 건축은 정말 사람을 감탄하게 하는 뭔가가 있는것 같아요! hello-shin님도 건축도! 시군요 와우~ 멋있어요~ 그냥 저는 제 전공 하면서 느꼈어요, 이게 단순히 재미있는게 아니구나 너무 심오해 - 벽이 있어, 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만 쌓아두고 있어요 -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한건데 참 아이러니하지요;;; 부산 국제 영화관은 기대되요 +_+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castello.tistory.com BlogIcon castello 2008/06/20 10:35

    냐하하, 저도 도서관에 책 찾으러 가면 꼭 그래요. 찾으려던 책은 까먹고 막 엉뚱한 책 뒤지고 있고... 건축이랑 사진 책은 잘 모르면서 구경 삼아 보고요. 아이고, 프리스와 비친스키는 진짜... 천재 맞는 거 같아요. 코프 힘멜브라우 관련 글이랑 사진 보고 기함했었어요. 건물은 반듯하게 땅에 박히는 거라는 틀부터 확 깨주시던데요. 두라레움 보고도 놀란 기억이... 아악, 근데 직접 찍으신 사진을 보니까 급 부러워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06/21 15:04

      그죠 - 도서관이랑 할인마트랑 가면 정신 못차려요 저도 건축 , 사진 책 잘 모르지만 그냥 눈이 호강하는 재미로 봐요 헤헤헤 엊그제 책 찾아보면서 느낀건데 세상엔 신기한 건물이 참 많아요 ;; 저 사진 찍어놓길 잘했지요 ;; 저 건물 맨날 하루에 2번씩 지나다녔는데 "특이하구나 유럽 영화관은 다 이런가;;" 이런 생각만 많이 했거든요! ㅋ 유명함 작품일줄이야 ;;;

  6.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acidrhyme.tistory.com BlogIcon 혜아룜 2008/06/21 09:03

    저도 건축에 잠시 관심이 있었는데, 저는 현대 건축물 보다는 중세 시대의 건축물들이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성당들이 전부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지만요. 뭐랄까 현대로 들어오면서 '미'의 기준이 없어지니까 제가 다 휘청휘청 하더라구요. 아직 구세대 사람인가봐요 ㅎㅎ 그러고보니 그 건물들 언제 실제로 보게될까 그게 참...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06/21 15:03

      오홋! 중세의 건물도 매력적이지요. 사실 요새 페이퍼 쓰는게 중세에 관련된거라 중세에 빠져있답니다;; 중세 그 자체가 매력이예요 ㅋ 그죠 현대에는 미의 기준도 다양하고 표현 방식도 다양하고 저는 거기에 매력을 느끼는것 같아요 ㅋㅋ 혜아룜님 구세대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우리는 취향이 약간 다른게 아닐까요 ^^ 저도 성당 좋아해요 헤헷 -

  7.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itme.tistory.com BlogIcon 윗미 2008/06/23 01:15

    글 읽고 다시금 오모테산도가 그리워졌어요. 그 동네 가서 제일 좋았던게 명품들보다 더 명품스러웠던 건물들의 디자인이었어요. 그 유명하다는 프라다 피라미드 건물을 끝내 못보고 온게 몹시도 한이었는데, 이 포스트 보며 다시금 되살아 납니다. 중세 건물이라고 하니 전에 프랑스 갔을때 니스 부근에 있던 방스라는 마을에 자리한 샤펠 드 로제르가 생각나네요. 마티스가 생애 마지막을 보낸 곳인데 스테인드 글라스 등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소박하지만 그 속에 있는 포스가 참..:)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06/24 11:56

      아~ 오모테산도. 저도 참 좋았어요. 도쿄의 다른 거리들도 좋았지만, 오모테산도 그 특유의 건물들이 좋았어요. 앗! 프라다의 피라미드 건물 저도 못본거같아요. 아쉽 ㅠ.ㅠ 우와 프랑스에 그런 멋진 곳이 있었군요! 프로방스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