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멜로/애정/로맨스, 스릴러, 드라마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러스
출연: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대니 글로버 등

 원작을 처음 본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이다. 생일선물로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받았다. 어느 일요일 오전에 눈 뜨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을 때 까지 침대에서 꼼짝도 안하고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 소설의 기억이 강렬해서 원작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느낌과 소설을 본 느낌은 달랐다. "소설도 이런 느낌이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아하는 소설을 영화로 본다는 것은 참 기대되는 경험이다. 하지만 그들의 텍스트가 내 머리에서 만들어 내던 상상과 실제 만들어진 영상의 괴리감을 느낄 때 실망하고 만다. 그래서 원작만한 영화가 잘 없는 것 같다. 나에게 '눈먼 자들의 도시'의 원작은 인간의 본성이라던가,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가 그런 고민을 던져주었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그런 것은 이미 느끼고 있었고, 혼자만 보이는 안과의사 부인이 왜 보일까 라든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 라든가, 눈이 안보이면 정말 슬프겠다던가 그런 것들이 더 크게 느껴졌다. 영화 내내 가득찼던 회색 빛의 도시와 사람들. 그리고 눈이 안 보이는 가운데, 혼자서만 보이는, 볼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의 추함과 아픔이 안과의사 부인을 통해 나한테 전해져왔다. 책에서 보다 더. 마지막에 던져주는 희망이라던가, "볼 수 있는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라는 나레이션 이라던가, 왠지 교훈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마무리가 시원찮았지만, 그래도 안 보면 정말 아쉬웠을것 같은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영화잡지에서 읽었는데, 작가가 감독에게 주문한 것은 두 가지라고 했다. "어딘지 장소를 모르게 해달라는 것." 그리고 "개가 나오게 해달라는 것." 하지만 왠지 모든 재앙 영화들의 대부분의 중심이 미국이라는 선입견이있어서 그런지, 모두 영어를 잘해서 그런지 미국 이라는게 티가 팍팍 나던데 뭘. 그리고 개가 나오는 부분도 작가가 전달하려는 어떤 의미 보다 약하게 전달된 것 같다. 그걸 부탁한 작가의 의도도 잘 모르겠고, 잘 표현되지도 않았다는 말. 

 '그레이 아나토미'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거기 크리스티나 양으로 나오는 산드라 오가 나온다고 해서 어디 나올지 기대했는데, 너무 분량이 적어서 좀 아쉽. 보이는데, 안보이는 척 연기 하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 블라인드 캠프까지 했다는 출연진들은 그럭 저럭 잘 해낸 것 같다. 흠, 더 할얘기가 있었다. 포스팅하려고, 포스터 찾아봤는데, 저 포스터가 제일 맘에 들었다. 출연진도 거의 다 나오고.

 '눈뜬 자들의 도시'도 사놨는데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가 써있을지 궁금한데.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았다면 누구나 탐냈을 것같은 영화화, 그것을 시도한 것으로만도 대단하다. 보지 않았더라면 아쉬웠겠지만, 원작 보다 나아 - 라고 만족하기는 좀 힘든 그런 미묘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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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ella★ 트랙백 3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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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youngkyoung.net BlogIcon 영경 2008/11/28 21:47

    그렇죠. 원작만한 게 사실 없죠. 요즘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들이 꽤 많이 나오는데 반갑기도 하지만 대체로 영화화되어서 만족스러웠던 적이 별로 없어요. 전 이 영화의 원작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영화에서 충분히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느껴졌어요. 아마도 Capella★님처럼 저도 책을 먼저 봤다면 다른 생각을 가졌을지 모르겠죠. ^^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11/29 22:47

      맞아요 원작만한게 없어요. 반갑긴 반갑고 궁금하니까 영화 꼭 찾아서 보게되는데 그렇게 만족한영화는 정말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너무 감명깊게봐서 영화에 기대반 걱정반 했어요. 하지만 영화가 뭘 말하고자했는지 느끼셨다면~ 책의 내용이 잘 표현된 것 같네요~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hower0420.tistory.com BlogIcon 소나기 2008/11/28 23:11

    소재는 정말 참신하던데..
    표현이 조금 모자랐나 보군요. 그런데 실제로 벌어지면 정말 끔직하겠던데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11/29 22:47

      그러게요. 온갖 감각 중에서도 시각이 가장 중요하구나~ 이렇게 생각했어요. 후 - 실제라면 정말 끔찍해요. 소설을 너무 감명깊게 봐서 영화가 조금 아쉬워 보였는지도 몰라요 저에게는 .. 그래도 그정도 표현이면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unjena.com/ BlogIcon Hee 2008/11/29 02:20

    아...눈뜬&눈먼 자들의 도시 셋트로 쟁여놓고
    1년째 안 펼쳐보고 있는...orz...
    한 번 보긴 봐야겠어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11/29 22:46

      오오오 HEE님! 진짜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세요?
      저는 눈뜬 자들의 도시 사놓고 뿌듯해하다가 어디갔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찾아봐야겠어요 ~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castello.tistory.com BlogIcon 까스뗄로 2008/11/29 03:53

    원작이 그려내던 지옥도를 흐려놓을 것 같아서 슬슬 피하고 있어요. 실망할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호평은 거의 못 들었기도 하고요. (긁적.) 마지막의 희망, 교훈을 강요하는 나레이션... 요 부분 보니까 결말은 원작에서 좀 비껴갔나보네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11/29 22:50

      씀. 지옥도라.. 결말은 그렇게 비껴나간것 같진않은데. 좀 영화보면 혼자 뿌듯하고 싶은 순간있잖아요. 아~ 이런 걸 전달하고싶구나! 근데 그걸 막상 누가 말해버리면 김빠지는.. 그런느낌이었어요. 나레이션과 자막이 산통을 깨버리는 그런느낌? 책에서의 느낌을 옮겨오려고 노력하려다 그런것 같기도한데, 뭔가 맘에 안들었어요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nbya.com BlogIcon parc 2008/11/29 12:31

    저도 개봉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바빠지는 탓에 영화가 개봉했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ㅠ 저도 조만간 꼭! 보고싶은 영화에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8/11/29 22:45

      많이 바쁘시군요! 역시 신입사원은~ 어서 보러가세요~ 못 보시면 아쉬울 꺼예요!

  6.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pavarottisy.tistory.com BlogIcon 미르-pavarotti 2008/11/30 12:52

    요즘 이영화 포스팅이 많이 올라오던데 궁금해서 꼭 한 번 보아야겠네요

  7.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moongsiri.tistory.com BlogIcon 딸기뿡이 2008/11/30 22:39

    책이 너무 좋아서 그랬을 거야. 책보다 잘 만들기는 어렵다고들 하잖아. 바람의 화원은 친구말로는 책보다 드라마가 훨씬 재밌다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아, 내일 조조로 영화 한 편 볼까하는데 뭘 볼까나. 오늘 밤도 영화 보고 잠들어야겠다. 좀 슬픈 걸로다가.

  8.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 liveis.tistory.com BlogIcon 산다는건 2008/12/01 10:23

    아무래도 원작의 느낌은 60억이면 60억인구가 모두 다르게 느낄 테니까요....영화는 그런 광범위한 범위는 커버할 수 없을 듯...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눈 뜬 자들의 도시는....어찌보면 상당히 정치적인 내용이죠..

  9.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hinphic.tistory.com BlogIcon Hello-shin 2008/12/02 03:45

    소설의 흡입력이 대단해서 밤에 자기전에 누워서 읽다가 밤샜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영화가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반 기대반 이었는데 역시 원작보다는 좀 아쉬운가 보네요. 영화들이 엔딩에 가서 관객들에게 자신들이 의도하는 것을 느끼도록 강요하며 이끌어가는 듯한 그런 느낌 굉장히 싫어하는데, 사실 그런 영화들이 참 많죠. 게다가 눈 먼자들의 도시와 같은 주제라면 더더욱 감독이 딜레마를 느꼈었을것 같아요. 역시 한번 봐야겠네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도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