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이제 곧 이사를 하게 되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에 대폭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고, 안 쓰는 물건은 팔고, 팔기 뭐하면 기증하고, 기증하기 뭐하면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니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 노트북들이었다.

_ 기숙사에서 원래 쓰던 노트북이 있는데 2005년부터 썼으니 벌써 4년은 썼다. 그 당시에는 좋은 것이었는데, 얼마전에 친구가 자기 새로산 컴의 하드가 500기가라고 자랑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내 노트북은 그것의 1/10 밖에 안됨을 알았다. 언제나 느끼지만 기술의 변화는 눈부시다. 어쨌든, 집으로 돌아가게 되니 노트북이 필요없고, (집에는 무려 21인치 생생 잘돌아가는 데스크탑이 있으니까) 넷북도 있어서 노트북을 안 쓰게 되서 팔기로 결심했다. 이왕 파는거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도 귀찮아서 학내 커뮤니티의 벼룩시장에 올리고 연락을 기다렸다가 오늘 연락이 와서 노트북을 가지고 나갔다.

_ 아니 근데 왠일. 학생인줄 알았는데 아저씨들이 었다. 뭔가 낚인 기분. 학교 학생만 볼 수 있는거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외부인도 볼수있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더라. 뭘 어찌됬든 팔기로 한 물건이고, 어짜피 누군가 살 것이고, 제 값 받고 팔기로 했으니 팔 수 밖에. 팔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뭔가 그 찜짐함이란...

_ 생각해 보니 그 찜찜함은 허전함이었다. 사실 학교 커뮤니티에서 안 팔렸으면 모 포털사이트의 모 중고 사이트에 올리려고 했기 때문에, 어짜피 누군가는 (꼭 학생이 아니더라도) 사갔을 것이다. 내가 낚였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노트북은 좋은 주인을 만난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노트북 모델이 좀 싸게 나와서 많이 비싸게도 못 받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어짜피 안쓰는거 빨리 팔아버리는게 잘한게 맞는데, 마음이 허한건, 노트북이 있던 자리가 허해서이다. 그 노트북으로 참 많은 일을 했었다. 졸업 논문도 쓰고, 글로벌 챌린저 보고서도 쓰고, 회사 입사원서도 쓰고, 대학원 입사원서도 쓰고, 블로깅도 많이하고 채팅도 많이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년간 중요한 일들을 할 때 항상 도와주던 녀석이었구나. 가끔 느리다고 하드 용량도 작다고 속터져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물건이었다고 정이 들었었나보다. 텅 빈 책상만큼 마음도 텅 비어버렸다. 어짜피 평생 끌어안고 살것도 아니면서... 나이가 먹어갈 수록 물건에 대한 애정과 집착만 늘어간다.

_ 내일은 노트북 한대를 더 팔고, (연구실에서 쓰던 노트북인데 완전 고물이다. 사가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할 뿐. 그동안 노트북 2대 + 넷북 + 데스크탑을 돌아가며 쓰고 있었으니 팔 때가 된건 당연한건가.) 안 쓰는 퍼즐은 기증하기로 했으며, 대학 교재들은 버스 정류장에 있는 중고 책방에 가져다 주기로 했다. 그럼 내가 팔아야 할 물건은 거의 다 팔았다. 기숙사 짐뺀다고 책상위에도 책장에도 침대밑에도 아무것도 없고, 룸메도 이미 퇴사해서 방이 휑하다.

_ 흑, 이런일(?)로 위로받고 싶어요. 잘 팔았다고 말해주세요. ㅠ.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2.17 봄이 오나보다  (16) 2009/02/17
이름을 불러주세요  (12) 2009/02/07
09.01.22 바이바이 노트북  (22) 2009/01/22
09.01.20 사랑해요 양~♡  (22) 2009/01/20
09.01.18 요즘 즐겨마시는 차  (24) 2009/01/18
08.1.3 내가 생각하는 평화  (12) 2009/01/03
Posted by Capella★ 트랙백 0 : 댓글 2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purplered.tistory.com BlogIcon PurpleRed 2009/01/22 23:11

    잘 파신겁니다. 나머지는 노트북의 운에 맡기는거죠. 물론 좋을거라고 생각하시겠죠? ^^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1/27 12:26

      그죠 ~ 잘판거죠 ㅋㅋ 몇일 지나니까 또 까맣게 잃어버린거 잊죠 ~ 사람은 참;; 잘지내고있을꺼예요 노트북도 ^-^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agein.net BlogIcon SageIN 2009/01/23 09:07

    잘 파셨어요~ㅎㅎ 어느분이 사가시던~ 잘 쓰시면 좋은거죠~ ㅎㅎ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1/27 12:27

      맞아요~ 생각해보니까 필요하신 분이 사갔으니까 잘 쓰셨겠죠 ^-^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1004ant.com BlogIcon 1004ant 2009/01/23 11:12

    아주 잘 파셨어요~ 홧팅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acidrhyme.tistory.com BlogIcon 혜아룜 2009/01/23 13:14

    잘 파신 거에요. 그분들도 노트북 아끼시면서 잘 쓰시겠지요- 오랜 시간동안 쓰던 손때 묻은 물건을 팔거나 없애면, 저도 마음이 조금 허해요. 다시 가지고 올까하는 생각도 들 때도 있고. 그래서 물건을 잘 못버리는 건가봐요. 언젠가 방을 한 번 뒤집어버려야하는데, 물건만 자꾸자꾸 쌓여가네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1/27 12:28

      맞아요 허해요. 다시 가지고올까 생각도 했지만;;;; 차마 그럴수는 없더라구요, 어짜피 그래도 팔거고 말이죠. 이번에 집 정리하면서 많이 버렸어요. 생각해보니 쓸떼없이 껴안고 있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요. 이사할 때만 한번씩 보는 주제에 평소에는 박아놓고 꺼내지도 않으면서, 어찌 그렇게 많은 것을 껴안고 사는지;;;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catlove.tistory.com BlogIcon 앨리순 2009/01/23 13:18

    잘 파셨어요~ 아무래도 손때묻은 물건이다 보니 애착이 더욱 가서 그러셨을수도 있어요~ 저도 온갖 잡다물건을 끌어앉고 사는 사람중 하나인지라..OTL
    집에서 저보고 짐좀 늘리지말라고 좀 버리면서 살라고 ㅎㅎㅎ 이거 참 .... 저도 잘 못 버리고, 남 못주겠어요 ^◇^;;;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1/27 12:29

      저도 짐이 점점 늘어요. 이번에 집안정리하면서 좀 많이 버렸는데, 버려도 또 금방 잊혀지더라구요. 그리고 또 새로운 물건들이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고;; 그래서 지름신을 떠날수 없나봐요 ㅎㅎ

  6.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youngkyoung.net BlogIcon 영경 2009/01/23 20:33

    잘 파신 것 같네요. ^^

  7.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dembyo.com BlogIcon dembyo 2009/01/23 23:26

    나도 넷북을 하나 살까 고민중인데,
    그럼 노트북이 천덕꾸러기가 될 거 같아서.
    망설이기만 일년째. ^^;;;
    탁탁 털어낸 느낌이 시원하시겠어요.
    잘 파셨어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1/27 12:29

      하하하 저도 그러다 넷북을 샀는데 정말 노트북이 천덕꾸러기가 되서 팔아버렸지 뭐예요 ㅋㅋ 시원해요 짐도 많이 줄고 말이죠 누군가 필요한 분이 잘 쓰시고 계실꺼예요!

  8.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hower0420.tistory.com BlogIcon 소나기 2009/01/25 08:33

    오래 쓰다보면 정이 들죠.^^
    그래서 인지 저는 쉽게 못 버리겠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486dx 노트북이 아직도 있다는..ㅡㅡ"
    이건 정말 버려야하는데 나중에 기판 뜯어서 앨씨디라도 살려보려고 막 연구중입니다.ㅋ
    그 당시 486노트북 정말 비쌌었는데..ㅋ

    오는 설명절 가족 친지분들과 즐거운 시간보내고 오세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1/27 12:30

      와! 그러시군요. 저만 못 버리는 성격인줄알았는데 이웃님들도 많이 그러시네요 ㅎㅎ 제것도 살땐 정말 비쌋는데 중고가는 ;;;;; 소나기님도 명절 잘보내세요!

  9.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castello.tistory.com BlogIcon 까스뗄로 2009/01/25 12:49

    함께한 순간이 많은만큼 허전하셨겠어요. 아무리 기계고 무생물이라도 오래 함께 있음 정들지 말이에요. 아하하, 저도 좀 그래서... 차차 다른 것들이 허전한 틈을 매꿔주겠지요. 데스크탑이 더 듬직해진다거나, 넷북의 활약이 더 많아진다거나 하면서요. 자자, 떠난 아이는 잊으시고... 명절 편안하게 보내고 계시길 빌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1/27 12:31

      맞아요 기계에도 정이들으요 신기해요. 다른것들이 이미 메워버린것 같아요, 일단 이 넷북이 너무 좋아서 노트북의 빈자리를 꽉 차게 매워주고있어요 ㅎㅎ 떠난아이를 잊으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0.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nbya.com BlogIcon parc 2009/01/26 15:45

    그간 카펠라님 블로그에 못 와봤더니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군요!
    저도 .. 소유하고 있던 물건이 (소중하게 생각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내 손을 떠나게 되면 .. 여러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필요할 물건일테니 좋은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안쓰는 물건 or 책은 그대로 재활용함으로.. 버려서 ㅡㅜ)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1/27 12:32

      맞아요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막상 떠나니 서글퍼져요ㅋ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 쓰고 있겠지요? 이젠 잊으렵니다 ㅎㅎ

  1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moongsiri.tistory.com BlogIcon 딸기뿡이 2009/01/28 04:29

    크하하하 모두 댓글에 '잘 팔았다'는 댓글이. 나도 덩달아 '진짜 진짜 진짜' 잘 판 거야 암암~
    일단 물건이란 게, 내 품에 들어오면 팔기가 쉽지가 않잖아 그치? 그래서 이 몸도 고장날 때까지 쓰는 것도 있고 파는 거 자체가 좀 번거롭고 귀찮아서 때를 놓치다 보니 못 파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나저나 이사하는 거야? 어디로 어디로? 흐흐-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capella.pe.kr BlogIcon Capella★ 2009/02/08 11:35

      맞아요 댓글보고 감동 ㅋㅋ 받았어요 ㅋㅋ 모두가 잘팔았다고 해주시다니. 마음의 짐을 덜은 기분? 사실 이거 쓴지 지금 한 2주 쯤 지났나? 그러니까 다 까먹은거 있죠. 내가 저런 노트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사람이란 참;;; 이사는 기숙사 빼는거였어요. 기숙사 정리할 때가 되서 일단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집에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