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 만에 문화생활인가! 뭐, 과학관이나 박물관은 가끔 갔지만, 미술관 안 간지는 진짜 오래되었다. ㅠ.ㅠ 도쿄갔는데 태풍 땜에 비온다고 그래서 친구가 도쿄구경의 하나로 준비한 록본기의 국립신미술관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展!
록본기에 위치한 국립신미술관은 처음 가봤는데, 멋있었다! 유명한 건축가 구로가와 기쇼가 설계했다는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었다. 곡면과 유리로 이루어진 미술관! 내부에서 보면 온다던 태풍은 안 오고 맑은 날이었는데, 건물 안으로 통유리를 통해 햇볕이 들어와서 너무 좋았다.
나의 보물 2호이신 DSLR카메라는 망가지셔서 ㅠ.ㅠ 아이폰으로 다 찍었다. 날씨가 좋아서 다행히 잘 나왔네! 사진으로 보면 엄청 클 것 같은데 생각했던 것 보다 그렇게 엄~청 크지는 않았다.
아무튼 관람한 전시는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전.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의 작품들을 감상하였다. 오래전에 서양미술사 시간에 분명히 본 그림들이 많은데, 기억이 안난다. 그래도 그냥 좋은 그림들 보고 있어서 좋았음. 예쁜 색깔들, 멋진 풍경들 그냥 넉 놓고 보고있으니까, 진짜 요즘 미친듯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있는데, 그냥 그런거 다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뭐 다시 현실속으로 돌아왔지만, 아무튼 인상적인 작품 몇 가지 ...
모네, 양산을 든 여인 (1875)
이거 포스터에 나오는 그림. 그냥 보고만 있어도 봄 날의 향기가 느껴진다. 어디론가 나들이 가고 싶은 느낌!
마네, 철도 (1873)
이것도 또 하나의 포스터그림. 저 슬퍼보이는 왼쪽 여성은 알고보니까 올랭피아에 나오는 여성이라고. 나 그 그림 진짜 좋아하는데 ...
고흐, 장미 (1890)
고흐의 장미 그림은 처음 보았는데 그냥 마음에 들었다. 저 색깔이랑, 역동적인 그림. 그리고 일본어니까 저 그림 옆에 제목이 일본어 한자로 '薔薇(장미)'라고 써있었는데, 친구가 저거 보더니 저 단어 일본사람도 못 쓴다고, 못 읽는 사람도 많다고 ... 왠지 저 그림을 보면 저 한자가 자꾸 생각난다.
이 밖에도 세잔느, 르누아르 등의 그림도 있었다. 미술 지식들은 다 완전 까먹었지만, 그래도 좋은 그림들, 멋진 그림을 보았다는실 만으로도 즐거웠던 시간.
언제부턴가 도쿄가 자꾸 애증의 도쿄가 되어간다. 몇 번을 갔어도, 계속 새로운 것이 생기니까 또 가고싶고, 친구들도 만나러 가고싶고, 맛있는것도 많은 동네인데, 다녀올 때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일이 생기니까 점점 '애증'의 대상이 되어간다. (문득 생각하니 지난 여름 GRE 시험보러 갔을 때 부터 그런 듯...)
어쨌든, 지난 주에 도쿄에서 큰 회의가 있어서 도쿄에 다녀왔다. 여러가지 좋은 경험도 많이 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즐거웠다. 하지만 역시 여러가지 일로 힘들어서, 또 다시 애증의 도쿄의 재탄생!
가는 길
나고야에서 도쿄에 가는 법은 여러가지 법이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 돈이 얼마냐 드냐, 라고 물으신다면 시간과 돈은 반비례 한다고 대답한다. 신칸센을 타고가면 2시간이지만, 만엔 이상이 들고, 내가 타고간 야간버스는 2,900엔이지만 11시 반에 출발하여 7시에 도쿄에 도착한다. 아니, 도착해야 했다.
돈이 없으니까, 야간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에는 디즈니랜드에 가는 여학생들이 한무리! 조잘조잘 떠드는 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고 ... 아이폰으로 GPS 찍어보니 이게 왠일. 아직 하코네도 못왔다는 것! 나는 원래 요코하마 까지만 갈 예정이여서 6시에 요코하마 역에 도착해야 했지만, 6시에 난 저 사진에 나오는 카나가와 현 어딘가에 있는 휴게소에 있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거북이 걸음을 하던 버스가 결국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9시가 다되서야 날 요코하마에 내려놓았다. 결국 도쿄에 도착한 시간은 약 10시.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11시간 가량 걸렸다. 에휴, 이시간동안 비행기를 탔으면 유럽을 가겠네.
나의 발목을 잡은 엄청나게 많이 온 눈은, 도쿄에 도착하고, 아침이 되니 얄밉게도 다 녹아버렸다. 흑, 덕분에 아침 일찍 만나기로 한 보고싶던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쓸쓸하게 내 갈길을 갔다. 이거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도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 지쳐버려서 그냥 나고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 하하;;
박물관
일본에 있는 동안 나의 미션 중에 하나가 많은 과학관에 가 보는 것인데, 이 목적을 달성하려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열심히 돌아다녔다. 이번에 돌아보고 온 과학관은 오다이바에 있는 파나소닉 리스피아(Risupia), 도쿄이과대학 근대과학자료관, 국립과학박물관이다. 파나소닉 리스피아는 지친 몸을 이끌고 도쿄에 도착하자 마자 간 곳. 근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아무튼 이에 관련된 포스팅은 다음에 따로 ...
아사쿠사
일본에 와서 돈 절약하기에 목숨 건 나는 도쿄에서도 제일 싼 숙소에 묵었다. 아사쿠사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하룻밤에 1,700엔. 회의장이랑 멀어서 아침에 일찍 나가야 했고, 첫날 짐 들고 헤매는 바람에 너무너무 힘들게 도착했지만, 그래도 싸고 편하고 괜찮았다. 마지막 날에는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오랜만에 아사쿠사도 둘러보았다. 아사쿠사에 왔던건 ... 음, 아마 2007년 겨울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카미나리몬 (두번째 줄 오른편)도 그대로 이고, 아사쿠사에서 나오면 보이는 소바집 인것 같은데, 사실은 메론빵이 더 맛있는 집도 그대로였다. 시간이 없었지만, 배가 고파서 들어가 메론빵을 시켜 먹었다. 여전히 맛있었다.
첫번째 사진의 높은 탑이 스카이트리다. 도쿄타워를 넘는 새로운 도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겠다며 짓고 있는데 ... 오늘 아침 뉴스에 보니까 어제 600m 넘어서, 단일 탑으로 최고를 갱신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매일 공사되는 과정을 뉴스에서 보여주고 트위터며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탑이다. 아사쿠사에 있는 덕에 아침, 저녁으로 오고가면서 자주 보았다. 일본을 떠나기 전에,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친잔소
회의가 열린 곳은, 친잔소라고 좋은 호텔이였다. 호텔 안에 큰 정원이 있는데, 너무 예뻤다. 구경하려고 점심 빨리 먹고 산책하고 그랬다. 연못에 잉어도 있고, 폭포도 있고, 벚꽃도 피고, 빨간 다리에 심지어 신사도 있었다. 저녁에는 조명도 들어오는 듯. 오! 역시 비싼 곳은 좋구나!
etc ...
한밤에 아키하바라
저 멀리 도쿄만이 보인다.
오랜만에 올라간 도쿄도청.
당시에는 나고야에서 가서 돌아오는 길이 너무 힘들고, 아침밥도 못 먹고, 나고야에서는 자전거 타고다녀서 교통비 안 드는데, 도쿄는 움직이면 돈이니까 돈도 많이들어서 짜증나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것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처음 참석해봤던 국제회의는 여러가지로 배울 점이 많았고, 좋은 사람들, 멋진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아! 나도 저렇게 되고싶다, 이 사람이랑 더 친해지고 싶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만났고.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도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 나와 같은 관심분야를 가지신 분들을 만났고, 여러가지로 협력해주시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쁘고, 활기차고, 역동성있게 돌아가는 도쿄의 분위기는 나고야의 조용한 삶에 익숙해진 나에게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좋았는데, 도쿄 다시 갈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힘들어서 일단 제목은 '애증의 도쿄'로 계속 두어야지.
때아닌 눈으로 가는길에 고생은 많이 하셨지만 도쿄방문을 아주 알차게 보내고 오셨는걸요!
저도 아사쿠사에서 아주 맛있는 소바를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저집은 아니었어요.
한국의 소보로빵이 일본에선 메론빵, 이곳 중국베이커리에선 파인애플번이라고 하죠. 재밌죠? 이름이 제각각인게. ㅎㅎ
가셨던 국제회의에서 좋은사람들도 만나고 많은 영향을 받고오셨으니 도쿄를 조금만 봐주셔도 될것같은데. ^^
지난 2월에 다녀온 전시회를 이제야 정리. 이 전시 벌써 다 끝나버렸겠네 ;;; 2월에 여러 가지 미션을 가지고 도쿄에 갔는데, 그 중 하나가 과학과 관련된 전시를 보고오는 것이었다. 가기 전에 열심히 웹에서 검색을 해보니 『Cyber Arts Japan: Ars Elctronica - 30 years for Art and Media Technology』라는 전시를 찾아냈다. 하고있는 곳은 키바에 위치한 도쿄도현대미술관. Eximus로 찍은 사진은 [7th + 8th roll] MOT에 지난 번에 올렸다. :)
Ars Electonica라고 하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축제가 오스트리아의 Linz에서 매년 열린다고 한다. 이 전시회는 Ars Electronica의 30주년을 기념해서 MOT에서 하는 미디어아트 기획전으로 특별히 일본의 예술과 기술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실 미디어아트 전시는 처음 보았는데 참 난해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계속 드는 의문은 대체 어디가 '기술'이라는 것일까, 라는 점이었다. 물론 전통적인 예술의 표현방식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한다거나 기술의 진보를 이용했으니까 그들은 '기술'과의 만남이라고 하겠지만, 글쎄 내가 보기에는 예술의 한 표현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했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들과 상상하지 못 했던 새로운 작품들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다.
기술을 사용하면서 이 예술들이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장점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미술관 안에서만 아니라 미술관 밖에서도, 미술관을 떠나서도 작품과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 있던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호흡하는 미술관」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미술관의 CO2 농도를 측정해서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통해 그 증감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까먹고 있었는데, 지금 들어가보니 전시 기간 내내 측정된 이산화탄소의 변화를 볼 수 있다. http://canshow.org/breath/ 미술관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결국 관람객들이 방출해낸 것이니까, 한편으로는 결국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관람객의 농도다. 미술관을 떠나서도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숨쉬고 있었는지 느낄 수가 있다. 다른 하나는 관람을 모두 마치고 나오면 작은 포스트잇에 느낌을 써서 뒤에 붙은 바코드로 입력시키면 인터넷에 동시에 올라가고 리플도 달 수 있는 것이었는데 ... 웹 주소를 잃어버려서 어딘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술을 이용해 관람객들은 이제 미술관을 떠나서도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 아트라고 생각하면 왠지 시각이 위주일 것 같았는데, 이곳은 오감을 통해 예술을 보여주었다. 곳곳에 있는 신기한 영상들 뿐만 아니라, 소리를 내면 움직이는 것, 새로운 형태의 악기, 만져볼 수 있는 전시물들을 통해 시각 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있었다. 그래도 역시 중심은 시각이었는데, 기술을 이용하니 새로운 것들이 가능하더라. 3D 안경을 쓰고 보는 영상물, 어떤 곰돌이가 길거리에 있고, 그 곰돌이의 시선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곰돌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찍은 비디오, 건반을 누르면 화려한 색상으로 변하는 화면들, 천문학이나 수학에서 느낄 수 있는 기하학의 아름다움, 교통카드를 찍으면 어떤 위치를 보여주는 영상 등 시각적으로 즐거운 전시품들도 많이 있었다.
사진도 남아있지 않고, 팜플렛은 전시내용 처럼 난해한데다 두 달이나 지났더니 많이 까먹었다. 그래도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 난해하던 느낌은 그대로 남아있다.
기술과 예술이 만난다면 결국 어떻게의 문제가 아닐까. 이 전시에서 느끼기에는 기술을 통해 예술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고, 새로운 소재가 생기고, 새로운 표현방식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나로써는 아직 미묘해 보였다.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기술을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예술과 기술 혹은 과학의 문제는 역시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 어쨌든 전시는 새로웠고, 즐거웠다.
+ '도쿄대학 선단(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라는 곳에 관심이 생겨서 어제 홈페이지를 보다가 '교수회 세미나'가 팟캐스트로 제공되는 것을 보고 오늘 들었는데, 디지털 아트 하시는 분이 나와서 자신의 작품이랑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귀로 듣기만 아쉬워서 무슨 작품인지 찾아보려고 찾아보니... Yasuhiro Suzuki라는 유명한 작가였고, (위키에도 나온다!) 혹시나 했던 작품들은 내가 이 전시에서 보고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이었다. 공중에 떠있는 커다란 풍선이라던가 '눈(eye)'모양의 잎사귀를 넣으면 '눈(snow)'처럼 흩뿌려진다던가 하는 ... 오! 신기하다. 팟캐스트는 이쪽 http://www.rcast.u-tokyo.ac.jp/ja/research/meeting/index.html#100203-01. 개인 홈페이지는 이 쪽 http://www.mabataki.com/. 내가 봤던 그 작품은 'Works'에 가면 있는 Blinking Leaves 였다. Public Art를 추구한다고 하던데, 뭔가 어렵다. 그런데 흥미롭다.
특이하네요. 현대 미술이 들어오면서 이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많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러한 것들을 보자마자 예술인가라고 느낄 수는 없더라고요. 요즘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쓰레기/예술 이런 생각도 아직 저에게 있는 것 같고요. 말씀하진 이산화탄소 농도를 가지고 설치 미술을 한 건 진짜 기발한데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관람객의 농도라는 코멘트, 진짜로 마음에 들어요. 뭐랄까 엄청 촉각적인 느낌! 전에 어디서 봤었는데, 비디오를 설치해 놓고 전광판에 찍히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게 해놓고 그 비이도 카메라는 그냥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예술 작품 속의 인물이 되는 거요. 이런 것들 보면 참, 예술은 재미있어졌어요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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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라는 고흐의 장미 느낌이 나시는 분 ^^
일본답지 않은 미술관이네요
멋지네요~~
오호 감사합니다 ㅋㅋ 장미 그림 어쩐지 우아하고 귀티나는 그림인데 그런 그림과 비교해주시다니 영광이에요 ㅋㅋ
저도 지난번 도쿄갔을때 들렸었죠. 실내건축이 더 맘에 들었던 건물이에요.
워싱턴 내쇼날 겔러리도 참 좋은 미술관인데 지금 투어중이군요.
마침 기회가 좋으셨네요.
바라의 한자는 저도 첨 보는듯...
질풍노도의 시간은 잘 넘기셨나요?
질풍노도는 쉽게 안 끝나네요 ㅜㅜ 뭐인생이 이런거겠죠 ㅋㅋ 내부에서 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어요. 전시도 좋았고 ㅎㅎ
우와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 참 좋아보이네요....
안의 전시도 좋은거 같고요...
네! 저도 건물이 너무 멋져서 깜짝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