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과학관과 동양의 과학관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점이 있다면 바로 '유명한 과학자'의 존재이다.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과학은 과학혁명 이후의 유럽에서 발달된 서양과학으로, 위인전에 나오는 일반인이 아는 유명한 과학자는 죄다 서양인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그 사람들이 쓰던 실험기구만 모아놔도 유물로서 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관이나 과학에 관련된 것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폴란드인데 우연히 퀴리부인 생가가 바르샤바에 있으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고보니 코페르니쿠스도 폴란드 사람. 구시가지 입구에는 커다란 코페르니쿠스 동상이 있었다.
어쨌든 '퀴리부인 박물관'이 있다는 데 안 가볼수가 없지. 마침 친구는 쇼팽 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각자 구경하고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구글 맵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가지고 있던 시가지 지도에 대충 표시한 후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의외로 쉽게 찾아가서 다행.
'퀴리부인 박물관'을 찾아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날씨도 좋고, 성벽도 있고, 노천카페도 많고 ... 그렇게 구경하다가 지나칠까봐 신경쓰다가 마침내 보았다. 'Muzeum....' 이 맘 때쯤에는 폴란드에 2주 있어서 그런지 암호같던 폴란드어도 대충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던 때였다. 일단 겉모습을 한 번 쓰윽 보고는 안 으로 입장! 계단을 올라가 2층에 '퀴리부인 박물관'이 있다.
안에 들어가면 매우 친절하신 분이 표를 끊어 주신다. 학생 할인 받아서 5 PLN. 학생은 좋구나!
내부는 조용했다. 손님은 나 뿐. 이 곳은 퀴리부인의 생가로 1967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개조해 박물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폴란드 화학협회에서 관할하고, 내부에는 그녀의 일생을 담은 사진과, 관련된 책자들, 메달들이 있다. 나중에 알았는데, 관련된 영화같은 것도 볼 수 있는데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평생에 언제 다시 갈 지 모르는데, 미리 알아보고 예약할껄 ...
퀴리부인과 관련된 사진과 편지와 책자와 그런 것들. 사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의미있었다. 많은 여성 과학도가 그렇듯 어렸을 때 퀴리부인의 전기를 보고 '과학자가 되고싶다.'라고 생각했고, '화학'을 택한 것도 그렇고, 진부한 문구 같지만 가장 존경하는 여성과학자이기도 하니까. 책에서 논문에서 다 다루지 못하는 역사속의 그 공간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일생을 조금이나마 더 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요즘 하루에 '박물관'이란 단어를 몇 백개는 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읽은 여러 박물관 관련 책들 중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 몇 권 정리해 봤다. 몇 달 전부터 읽고 포스팅한다고 도서관에 안 갔다주고 쌓아놨다가 반납기간이 임박해서야 이제야 포스팅. 아, 역시 읽은 책, 본 영화등은 제때 포스팅 해야 그 기억과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 하지만 좀 지나면 그 기억과 느낌도 숙성되서 좋은것만 남아서 중요한 내용만 전달할 수 있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해본다.
'살림지식총서'에서 나온 책들은 옛날부터 즐겨봤는데, 얇고 가볍고 진지하지만 부담없는 내용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탄생'도 그러한 책 중에 하나. 박물관에 대해 하나도 모를 때, 처음으로 읽기에 딱 좋았다. 박물관이라는 뜻의 영어 'museum'의 어원은 muse의 전당이라는 그리스어 'mouseion'. 어쩌면 처음부터 박물관은 신의 영역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오면서 역사속에서 특권과 상징의 힘이 되었다. 누구나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은 17세기 이후. 그리고 19세기 이후가 되서야 국민교육을 위한 박물관들이 생겨났다. 저자는 현대의 박물관은 근대적 규범과 미적 취향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훌륭한 박물관은 큐레이터에 의해 부여된 의미를 공개하고 관람객들을 의미의 창조과정에 동참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문화생활의 공간으로 알고있는 박물관, 사실은 근대성이라던가, 미학이라던가, 이데올로기라던가 여러가지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대영박물관에 갔을 때 놀랐던 것은 그 규모보다 그 안에 있는 전시품때문이었다. 대체 어디가 '영국의' 박물관이라는 것일까. 그리스에서 떼어온 '엘렌 마블', 이집트의 미라들, 프랑스와 자기네가 서로 소장하겠다고 주장하는 '로제타 스톤'. 대영박물관에 가서 꼭 봐야 한다고 회자되는 것들 중에 영국의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것들은 제국주의의 산물들이었다. 지난 학기에 국사학과에서 한일회담에 관련된 수업을 들었을 때, 문화재협정 부문이 흥미로워 그 주제로 기말페이퍼를 썼다. 그 때 내 머리속에 있었던건 이국의 땅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한 대영박물관의 전시품들의 모습이었다. 이 책도 페이퍼 쓰면서 읽었던 책인데 문화재의 중요성, 세계적인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문제, 우리나라의 사례, 법정까지 간 사건들에 대해 정리되어 있었다. 이 책 읽고 문화재 관련 책 더 읽고 다시 보니 훨씬 더 전문적이고 잘 정리된 책들이 많이 있었지만, 문화재 반환문제를 처음 접근하기에는 이 책이 좋았다. 사례도 많고, 그림도 많고. 문화재를 약탈해간 나라들은 문화재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들이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며 문화적 '국제주의'를 주장하고, 약탈당한 나라들은 문화재는 원산국에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문화 '민족주의'를 주장한다. 하지만 문화재를 소유한 나라들이 대부분 강국이고, 국제법적인 근거나 협의도 없어 반환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주 가끔 돌려주기로 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며 '반환'이냐 '장기대여'냐를 두고 갈등한다. 분명 우리 선조들이 만든 우리의 것인데 제자리로 돌아오기가 참 힘들다. 이럴때 필요한건 모두의 관심이다.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를 보면서 이 책에서 보았던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역사'를 떠올려 보았다.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성공적인 반환사례를 만드는 것, 이번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박물관에 가서 대화해본 사람이 있을까. 같이 간 사람 말고, 큐레이터 말고 오브제들과 혹은 자기 자신과 말이다. 이 책을 읽고있으면 가보지도 않은 박물관들과 대화하는 기분이다. 저자는 세계 여러곳의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에 들러 그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기라고 하기도 모호하고, 박물관 전공서라고 하기에도 모호했지만 '세상에 이렇게 많고 다양한 박물관이 있구나'라고 알고, '박물관을 관람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박물관들이 많아졌는데, 특히 일상과 가까운 박물관들이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몇 천년 이어온 유적이나 수만달러를 호가하는 미술품들이 전시대되어야 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에서 소개된 지역주민들이 앞장서서 세운 프랑스의 에코뮤지엄, 산업화로 인해 삭막해진 도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영국의 '크리오든 클락 타워', 이민의 역사를 전시한 미국의 '산타바바라 성과 엘리스 아일랜드 이민사 박물관'이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저자가 권하는 '박물관에 가는 백 가지 방법'. 한 줄로 말하면 '박물관을 믿지 마라'인데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지 않고, 팜플렛이나 도록을 미리 사지 않으며, 정해 놓은 동선을 따르지 않고, 남의 의견을 참조하지 않고, 제한 시간과 방문 횟수를 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런 제약없이 온전히 박물관과 나와의 시간으로만 만들라는 이야기이다. 음, 글쎄 어느정도 설명을 읽을 필요는 있는것 같은데 그 설명의 틀에 갇혀서 자신의 생각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어느정도 무시하고 박물관과 대화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다음에 박물관에 가면 써먹어봐야지.
이번엔 식물원 이야기. 1주는 유럽의 식물원들, 2부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그렇다도 역사책도 아니다. 식물원, 혹은 자연사를 통해 본 문명의 역사라고 할까. 유럽의 자연사박물관들이 어떻게 자연을 전시하게 되었는지, 일본에 서구의 박물학이 들어오는 과정에 대해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서양과 동양, 자연과 인공물, 예술과 과학에 대해 통찰력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사실 매 장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다 읽고나니 저자의 의도를 조금을 알겠다. 식물학, 자연사, 그리고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유럽을 만들었는지, 아직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우리나라는 어쩌면 처음부터 자연사에 대한 인식이 서구나 일본과 달라 그렇게 된건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여담인데 자연사이야기 하면 식물의 분류 이런것 필요하니까 식물도감같은데 그림을 그리는데, 이 책 곳곳에 수록된 옛날의 식물도감 - 꽃 그림들이 참 예쁘다. 여행가면 남들 가는곳 나도 가느냐 정신없는데, 다음에 런던에 가면 큐식물원, 파리에가면 파리식물원 나가사키에 가면 데지마에 가봐야겠다.
러시아는 나에게 왠지 로망의 나라랄까. 이 책도 박물관학 있는 서고에서 보이길래 골랐다. 내가 원하는 내용은 러시아의 여러 박물관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러시아의 박물관법이나 운영, 제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사실 별 도움은 안되었다. 그래도 러시아 박물관에 관련된, 더 나아가 박물관에 관련된 법과 제도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책. 러시아엔 참 신기한 박물관이 많았다. 박물관은 그 사회와 문화를 반영한 것이니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서양과 또 다른것 같다. 이래서 러시아는 로망의 나라. 책 내내 러시아 박물관의 모습들이 구석에 사진으로 나오는데 참 다양한 이름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이 있어서 놀랐다. 건축양식이 특이해서 그런지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역시 에르미타쥬 박물관이지만 고생물학박물관, 인종지학박물관도 가보고 싶다.
이 리뷰를 씀으로써 드디어 내 책상에 세 달정도 쌓여있던 박물관 관련 책들을 반납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접근했는데, 이젠 알면 알수록 어려운 박물관. 그래도 책으로만 보면 또 모르는 부분도 있고 그렇다. 그럴땐 마음으로 느껴봐야 되는데. 다음에 꼭 시간내서 가까운 박물관에 다녀와야겠다.
박물관 관련,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두루 섭렵하셨구나. 감흥이 덜 남아 있다고 하는데, 어우 읽어보니 생생하구만..... 나역시 니가 쓴 것 중에 가장 눈에 쏙 들어오는 건 "박물관을 믿지 마라"의 그 요약편. 나도 박물관 가면 한번 활용해봐야겠다. 사실 팸플릿 보고 안의 설명 다 보고.... 정해진 동선대로 안 돌아보면 큰일날 것처럼 굴잖아. 아 틀에 박히지 말고 마음껏 나만의 대화방식으로 박물관과 이야기해보라 이 말이지? ok. 접수!
살림지식총서! 저도 무지 좋아하는 시리즈예요. 살림이랑 책세상에서 나오는 우리시대 시리즈도 좋더라고요. 총서가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계속 출간되는 책들은 참 좋아요. 박물관학에 대해서 이름만 들어봤는데,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매력적이예요. 박물관이라는 장소 자체도 그러하고요. 두번째 책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 역시 대영박물관이나 서양의 유명 박물관들을 보면 참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씁쓸~
저도 살림지식총서 좋아해요. 우리시대 시리즈는 못봤네요 한번 볼께요. 맞아요 총서가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 좀 다른 분야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려면 총서만큼 좋은게 없는것 같아요. 간닫히 읽기 쉽고 그림도 많고 재미도 있고~~ 박물관학 영어로는 museology예요 뭔가 신기하지 않나요 ㅎㅎ 그죠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이나 참 씁슬해요 읽어보니까 독일도 점령국것 싹 쓸어가려고 박물관 계획 하고 있었고, 세계대전 끝난 다음에 그 모아논걸 러시아가 가져와서 에르미타쥬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 에휴 - 끝나지 않은 분쟁이지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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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폴란드도 유명한 과학자를 많이 배출했군요~~~
퀴리부인 정말 위대한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카펠라님도 도전하셔야죠!!!!!파이팅~~~~~
네~ 은근히 많더라고요! 일단 퀴리부인과 코페르니쿠스의 힘이 강력해요 ㅎㅎㅎ 저는 .. 도전했지만 .. 이미 늦었습니다 하하하 ;;;
오 퀴리 부인 ~^^
그런데 pnl은 어떻게 발음하나요? 가만 생각해보니 핀란드 돈은 구경해본적이 한번도 없네요.ㅎㅎ
폴란드 돈은 pnl은 그냥 krw 쓰듯이 써논거고 부를때는 "쯔워티"라고 불러요 ~ 핀란드는 유로 써요~
오...그 유명한 퀴리부인의 생가라...
왠지 그 박물관의 정통성이 더 느껴지는데요?
그죠? 별거없는데 왠지 오로라가 느껴지는 듯 한 ㅎㅎㅎ
어렸을때 퀴리부인 위인전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 어린나이에도 참 대단하구나 생각했었는데
직접 다녀오셨군요 ㅎㅎ 그나저나 무척 오랜만이죠? 잘지내시죠?ㅎㅎ;
진짜 오랜만이예요
방학에도 엄청 바쁘셨나봐요~ 그래도 여행기 올려주셔서 반가워요~ 터키 풍경 보면서 눈으로 호강 하고있습니다 ㅎㅎ
퀴리부인 때문에라도 꼭 가봐야겠어요. 열심히 실험을 하다가도 아기 젖줄시간에 집으로 향해야했다던 어느 다큐내용을 보고 짠~했던 기억이 나네요. 훌륭한 과학자이자 어머니였던것 같아요. ㅠㅠ
네~ 그 아가도 커서 노벨상을 받았죠. 참 대단한 집안인것 같아요. 훌륭한 과학자에, 훌륭한 어머니.. 정말 그말이 정답이예요! 그녀의 역사를 살펴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에 있는 어린시절 모습들도 정말 똘망똘망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