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넘어선 이후로 연도에 대한 현실감각이 없어져 꼭 미래를 살고 있는 기분이다. 그것도 어느새 11년이나 지나버려서 올해도 2011년에게 안녕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스무살의 난 스물여덟이 되면 뭔가 안정된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나도, 우리 동갑 친구들도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스물여덟이 아니라 팔십둘이 되어도 안정되는 삶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다사다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한 해 였지만, 올 해는 유난히 다이나믹 했다. '삼재래'라는 말을 들어도 이제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나는 대학교도, 회사도, 대학원도 그리고 다른 기타 인생의 좀 중요한 이벤트들에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얘였는데 올 해 시작부터 리젝이라는 것을 우수수 맞았다. 아, 더불어 석사 논문도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올 해가 지기 전에 보내드린다는 약속을 선생님과 했는데,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 벌써 올 해는 다 넘어갔음 ㅠ.ㅠ 그래도 새해 뜨기 전까지 다 해봐야지!) 마음의 무거운 짐을 안고 건너간 일본에서는 잘 지내고 있었는데, 지진이 났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지진은 M 9.0이었고, 비록 내가 사는 지역의 피해는 없었지만, 뉴스에 매일 매일 나오는 슬픈 소식들, 한국에서 들려오는 걱정들, 그리고 무엇을 먹어야 안심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그냥 패닉상태였다. 걱정을 피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어쩐지 멍한 기분이 되어서 그렇게 두 달을 날렸다. 다시 일본에 갔는데, 그 사이에 이번에는 주식이 폭락, 환율이 폭등. 나는 거지가 되었다. 소소한 불운은 집어치우더라고 그냥 대략 큰 이벤트가 이정도. 지금은 담담하게 써갈 정도로 이런 일들을 통해서 아마 내 내면은 많이 자랐을 것이다.
그래도 고마운 일들도 많았다. 가난은 나에게 자발적인 운동과 바람직한 식생활을 가르쳐 주었고, 덕분에 난 전부터 노래하던 나이스바디에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지긋지긋하던 몇몇 지병들도 치료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서 마구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다. 그리고 반대로 전혀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늘 배우는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소소한 일상의 하루하루를 이야기 할 사람이 생겨서 좋았다. 길었던 일본생활은 나에게 사진을 남기고, 그리고 낙서라는 새로운 취미를 주었다. 길고 긴 석사 논문과의 씨름은 그래도 쓸 때마다 조금씩 느는 것 같다. 천천히 꾸준하게 가면 언젠가 도달하지 않을까. 그리고 여태까지 뭐하고 살았나 하는 나의 방황은 앞으로는 똑바로 살자, 내가 하고싶은건 무엇이다, 라는 고민을 낳았다. 지금은 좀 방황해도, 오히려 나중에 방황하는거 보다 낫겠지 뭐.
아주 아주 먼 훈날에 2011이라는 숫자를 들으면, 무슨 장면이 떠오를까? 매일 가만히 있던 액자가 눈앞에서 흔들리는 장면이 떠오를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강변을 달리던 기억이 날 것 같다. 여유를 가지고, 삶을 잠시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그리고 재정비 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 2011년이 그렇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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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해가 이제 20분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뭔가 직진만 있었던 카펠라님의 인생에 2011년은
조금은 우회하면서 뒤돌아 보고 앞으로의 일에 대한 생각을 할수있는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 용의 해엔 논문도 잘 마무리 하시고 자전거, 달리기도 계속 열심히 하면서 건강 챙길시길 바랍니다.
Happy New Year! ^^
토끼해가 가고 용의해가 되었어요 ㅎㅎ 맞아요 그런거 같아요 지금까지는 맨날 직진만 했는데 2011년은 좀 돌아간 느낌? ㅎㅎ 그래서 그런지 2012년이 너무너무 기다려졌어요 ㅎㅎ 네! 올해도 열심히 살아볼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즐겁고 행복한일만 가득하시길 바래요!
이제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D 화이팅이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이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에게도 2011년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언니와의 교차점이 생긴 한해였기에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언니와 함께 몇년 뒤에 다시 201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 우리 나중에 꼭 2011년을 돌아보자 ㅎㅎㅎ 새해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